참으로 오랜만의 출사였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장마철은 이제 장마철이 아니라 '우기'라고 표현해야 맞을 듯 합니다.
6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단 한차례도 하늘이 열리지 않더군요.
애꿎은 기상청에 연신 화풀이만 해댑니다.
관측소 정비한다는 핑계대고 몇 차례 오가며 행운을 바랬지만, '혹시나'는 늘 '역시나'로 바뀌고야 말았습니다.
여름 밤하늘이 원래 이렇게 아름다웠었나요?
은하수가 이렇게 짙게 드리워도 되는 건가요?
내부 공사라도 했는지 두달 만에 활짝 문을 연 강원도 화천의 밤하늘은 그야말로 환상 자체였습니다.
혼자 지내기에 너무 미안한 하늘이어서 신범영샘께 호출통화를 시도합니다.
내일이 개학인데다가, 마침 8시부터 보충수업 들어간다고 도저히 못나오신다고 합니다.
하늘만 좋았다면 방학을, 온통 여기 관측소에서 지낼 요량으로 모든 학교 일정을 비워 놓으셨는데... 하필 개학 전날 하루 맑은 하늘이라니...
어째든 이날은, 아마도 우리 나라에서 천체사진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출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NADA 홈에 새로운 이미지들이 안 올라오는게 이상할 정도네요!)
딮스카이 걸어놓고 마당에 나와서 점상촬영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너무 맑고 많은 별자리들을 하나 둘 찍다보니 절로 별자리 공부를 다시 하게됩니다.
낯이 별로 익지 않은 별자리들도 다시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습기가 많은 날이라 필터에도, 카메라에도 이슬이 장난이 아닙니다.
촬영을 잠시 멈추고 관측소에 들어가 망원경 렌즈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서둘러 열선후드를 장착하니 이제 안심입니다.
아마 열선후드를 준비 안한 분들은 애 좀 먹었을 날입니다.
이날 세 대상을 촬영했는데 오랜만이라 욕심이 좀 과했나 봅니다.
서두르다 보니 사진처럼 구도가 영 맘에 안 듭니다. 좀 짤렸습니다.
조금만 돌렸어도 짤리지 않게 대상을 다 담을 수 있었을 터인데....
모처럼 만난, 좋은 하늘!
이런 날일수록 흥분을 가라앉히고 기본에 충실해야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ccd로 처음 찍어보는 대상입니다.(사실 ccd를 올 봄부터 본격 가동했으니 모든 대상이 첨이겠지만...)
하트를 닮은 전체적인 모양보다, 내부의 다양한 성운들의 제각기 모습이 더 아름다운 대상이 아닌가 합니다.
독수리 성운에서 볼 수 있는 기둥 모양의 성운도 있고, 장미성운에 있는 암흑성운의 산맥(누구는 이 부분을 쥐똥자국이라고 합디다만)들도 볼 수 있습니다.
동굴의 입구를 연상케하는 원형(혹은 하트) 모양의 주변부 성운들도 제 각기 암흑성운들과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연출합니다.
다양하고 작은 성운들을 제각각 멋드러지게 표현하기 위한, 디테일이 많이 요구되는 대상입니다.
이미지 처리 작업을 거듭할 수록 점점 별색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언제부턴가 '별색이 제대로 살아있지 못하면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잃는 것' 이라는... 이상한(?) 강박관념이 생겼습니다.
별색도 살리고, 대상의 디테일도 살리고, 과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처리 .... 쉽지 않은 일입니다!
[촬영정보]
- Pentax 125SDP (+reduser F4.9)
- NJP Temma pc
- STL11000M/C2 (+ Astrodon Tru-Balance H-a, LRGB Filters)
- STV autoguider
- 2007. 8. 17(금) / 강원도 화천군 별만세 관측소
- Ha:R:G:B = 75(min):15:15:15 (-15도), 총 120min
Ha 15min*5(1*1), RGB 각 5min*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