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길었던 우기가 이제 완전히 끝나려나 봅니다.
개학을 앞두고 맑은 밤하늘이 닷새만에 찾아왔네요.
지난 8월 17일은 두달 동안의 불순한 날씨를 보상이라도 해주듯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8월 22일, 역시 그에 못지않은 완벽한 하늘이었습니다.
초저녁, 낮은 구름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초조했었는데 역시나, 화천의 밤하늘은 기대했던만큼 황홀하기만 합니다.
이날은 신범영 선생님도 함께했습니다.
근래에 아내가 제 사진들을 보면서 "당신 사진은 왜 온통 붉어요? 이제 안 붉은 것 좀 찍어 오시지...."합니다.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여름 은하수가 사라지기 전에 Ha필터를 이용해, 은하수 안의 성운들을 '작정'하고 찍으려 했으니 근래의 제 사진은 온통 붉은 게 맞습니다.
그래서 이 날은 모처럼 안붉은 것을 찍어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태아성운은 이미 '남겨진 숙제'이므로 뺄 수 가 없었고, 안 붉은 것 중에 안드로메다 은하를 마음에 두었습니다.
필름이나 디카로 몇 번 찍어 보았지만, CCD의 디테일 정도가 어떨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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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국 안드로메다 은하는 찍지 못했습니다.
태아성운 촬영을 마치고 났더니 안드로메다가 벌써 천정가까이에 올라와 있습니다. 시간도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 않네요.
두 시간 좀 넘게 남았는데 안드로메다 은하의 명성을 생각하면 참, '예의 없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결국 맘에 두고 있었던 케페우스 자리 Ced 214의 촬영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아내의 잔소리(?)를 또 들어야 했습니다.
태아성운, 코뿔소성운, 돼지성운, 곰성운, 이판사판(1848)성운.... 참 별명도 많습니다.
세워놓고 보면 분명 태아의 모습을 많이 닮았습니다.
신비롭네요! 광활한 우주 공간에, 마치 신의 조형물인 양 작고 사랑스러운 태아의 모습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돌려놓고 보면 완전히 돼지모양입니다. 정말로 귀엽고 재미있는 형상입니다.
암흑성운이 갈라놓은 양쪽 두 편에 아기자기한, 작은 성운들이 각기 중앙쪽을 향해 줄달움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별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참 아쉽네요. 이미지 처리 많이 공부해야겠습니다.
[촬영정보]
- Pentax 125SDP (+reduser F4.9)
- NJP Temma pc
- STL11000M/C2 (+ Astrodon Tru-Balance H-a, LRGB Filters)
- STV autoguider
- 2007. 8. 22(수) / 강원도 화천군 별만세 관측소
- Ha:R:G:B = 75(min):15:15:15 (-15도), 총 120min
Ha 15min*5(1*1), RGB- 각 5min*3(2*2)
디테일이 팍팍 살아있군요.^^
Ha 필터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