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우리 아부지는 초등학교 '졸업‘이라 영어를 모릅니다. 이번 여름 팔순을 맞이하여 차를 타고 동해안 바닷가로 회를 먹으로 갔습니다.
살아오면서 아부지가 항상 깐깐하고 무서워셨기 때문에 아부지하고 농담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형이 한분 계신데 이제 나이 50이고 공과대학교수 재직하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가 안테나를 세워서 확인해보니 국책심의위원인가 뭐신가도 하고 그 방면에서는 좀 이름도 있고 제법 잘 나가는 것같았습니다. 그러나 본가에 오면 그런 사회적인 타이틀은 모두 대문 앞 휴지통에 잠시 보관해 두었다가 귀가시 가져가야합니다. 아부지에게는 그런 것이 전혀 필요가 없거든요. 그러므로 우리 삼부자(三父子)가 만나면 멀뚱멀뚱 정적만이 흐르는 분위기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회 먹으로 가는 차안에서 아부지께 제 인생에 한번 농담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아부지 초등학교 졸업하신 것이 정확합니까? 저는 이제까지 아부지가 월사금이 없어 4학년 쯤 중퇴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분명히 졸업했다. 반은 두반이었고, 한반은 덕조(德組)였고 한반은 인조(仁組)였다. 내 친구들도 모두 가고 살아 남아 있는 사람은 몇 안되고 거나마 거동도 힘들다. 휴우~’
‘아부지가 어디가셔서 졸업도 한 했으면서 졸업했다하시면 이건 학력 사칭이 됩니다. 졸업하고 중퇴는 엄연히 다릅니다.’
아부지(목소리를 높인다): 내 졸업했다카이! 그리고 이제까지 너희들에게 한번도 말한 적이 없지만 공부도 잘했다. 할아버지가 정미소하다가 망하는 바람에 중학교를 못가서 그렇지 공부도 남에 쳐지지 안했다. 이XX(아부지의 절친한 친구로서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하시다가 작고하신 분)도 나보다 공부도 못했다. 저거 집안 사정이 좋아 고등사범에 들어가서 선생되었지만...
낙동(약을 올린다. 그 옆에서 운전하는 형이 말도 못하고 웃음을 참고 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그것도 졸업증명서를 떼봐야 증거물이 되는데, 그 서류가 학교에 남아 있을까용?
아부지(약이 더 오른다): 허이 참! 졸업했다카이! 그 때는 이름도 창시개명을 했는기라. 학교에서 조선어 공부는 일주일에 두시간만 있었는기라. 또 5, 6학년 때 담임선생은 일본사람이었는기라.....일본 선생 아래서 공부하고 졸업했다. 분명히 했다.
아부지가 항상 질문하시는 내용은 주로 영어입니다.
‘메디칼이란게 무신 뜻이고?’
‘엎그레이드가 무신 말이고?’
신문이나 간판을 보고서 영어 단어에 대해서는 기억을 하셨다가 우리가 내려가면 모아서 질문을 하십니다. 그런데 어느날이었습니다.
‘피닉스가 무신 뜻이고? 피닉스 호텔할 때 피닉스 말이다.’
여러분 피닉스호텔이 무신 뜻일까요?
1.불조심 호텔 2.불감증 호텔 3.불장난 호텔 4.불륜 호텔 5,불사조호텔
누구신가요...... 증말 멋진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