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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씨 20인치 미러셀에 대한 검토 (고객은 우둔하면서도 현명하다)

진홍씨의 대형 망원경에 자작에 대해 서서히 여러 과제들이 도출되고 있습니다. 심심한데 제품개발의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미러셀 이야기를 말할까합니다. 제품만들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돈이 소요되기 전에) 여러 가지를 따져보는 것을 '디자인리뷰(Design review=품평회)'라고 합니다. 제품 완성될려면 디자인리뷰를 몇 차례하게 됩니다.

1.렌더링 품평회
아주 기본적인 사양에 대한 정보(예 미러 직경과 F수)만 가지고, 윤곽적인 그림만 그리고 색상 등만 넣어서, 디자인, 영업, 상품기획, 설계 담당자들과 책임자들이 만나서 토론을 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진홍씨가 대략적인 구조도를 그려서 보여주고 ‘이게 어떻습니까?’라고 하는 단계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당연히 주로 제품의 외관 디자인에 대해서만 말하게 되겠지요.

2. Mock up 품평회
위의 품평회를 바탕으로, 플라스틱이나 기타 성형 재료를 가지고 정교한 모조품 제품을 만들어 품평회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는 제품의 성능은 알 수가 없고 외관 디자인이나 모양새 등을 토론할 수 밖에 없는데 1단계보다 더 구체적인 모습이 실감있게 다가옵니다. 1 단계의 그림하고 2단계의 실제 형상은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진홍씨의 망원경도 현재의 그림하고 실제의 형상은 느낌이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냉장고나 에어콘의 경우 이런 모조품 하나의 가격은 몇백만원은 간단히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므로, 제품의 Major, Minor change가 아닌 New tool의 경우에만 시행합니다. 자동차의 경우는 몇천만원 하겠지요.

진홍씨는 이 품평회는 할 수가 없고 ‘못먹어도 고’입니다.

3. E/S(Engineering sample) 품평회
1,2 단계는 주로 외관과 디자인 토론이었지만, 이번은 실제의 부품을 장착하고(어떤 제품이라도 100% 전부 새것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므로 기존 부품은 그래로 활용하고, 신규 부품만 금형을 제작하지 않고 특별히 수작업 제작함) 그 ‘품질과 성능’을 보기 위함입니다. 물론 전부품의 도면과 조립 도면이 전부 완성이 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의 품평회는 해당 제품의 ‘성능’과, 양산시에 큰 설비 투자나 시일이 오래 소요되는 대형 지그(jig)가 필요한지 등, 제품 자체의 성능과 생산시의 큰 문제 등을 짚어보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그 제품의 성패가 결정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약 그 제품의 품질과 성능이 당초 예상되로 나오지 않는다면,이 단계에서 스톱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진홍씨의 20인치 망원경은 이 단계도 당연히 pass!!

4. 기술시작(Pilot production) 품평회
3단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문제 도면을 전부 수정 보완하고 본격적인 금형 발주를 시작합니다. 대형 지그와 금형을 모두 제작하고 특수한 전장품, 제어기판을 발주하고 협력업체에 양산설비 제작 지시를 합니다. 즉 개발비의 90%가 이 단계에서 소요됩니다. 이렇게해서 실제 제품을 만들어 품평회를 합니다. 따라서 이 때부터는 ‘못먹어도 죽어도 고!’가 되겠셥니다. 만약 앞단계까지 대충대충 품평회하고 넘어왔다면 이 단계에서부터는 죽어납니다. 지그와 금형은 모두 만들어졌고 협력업체 설비도 스탠바이가 되므로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진홍씨 망원경은 이 단계를 말하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이것이 외통수 타법!

그 개발자의 능력은 이 단계에서 총체적으로 들어나고, 여기에서 한번 물먹으면 그 실무자는 다시는 제품 개발의 주역은 안시킵니다. 그냥 볼보이처럼 경기장에서 뒤치다꺼리나 해주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성공하는 개발팀장이 되려면 앞단계에서부터 각 부서의 여러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유심히 잘 듣고, 취할 정보는 취하고,  버릴 정보는 버려서, 내 ‘주관있게’, ‘기가막히게’ 정보를 활용할 능력이 있어야합니다. 이럴려면 개발팀장은 각분야를 두루두루 다 알아야되고 남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합니다. 또 예리하게 핵심을 집어낼 수 있어야합니다. 예리한 핵심을 집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연구나 제품(기술) 개발에는 적성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영업직이나 서비스직에 근무하면 되지요.

5. 양산시작 품평회
요건 진홍씨 망원경과 관계없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월급쟁이 걷어치우니까, 이 품평회 안해서 속이 다 후련합니다요.
...................................

요런 생활을 한 20년하다보면, 남의 말을 흘려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남의 말을 들을 수도 없게됩니다. 제품개발의 세계에서는 ‘당신말이 틀렸어요’라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요건 학교 시험 치를 때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 습관적으로 남의 말을 듣는 편입니다. 단 들을 때의 자세가 있습니다. 머리 속으로는 그 사람의 틀린 정보는 걸러내고, 필요한 정보만 취하려고 쉴새없이 머리를 굴립니다. 그대신 그 말이 타당하면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선입견없이 액면 그대로 접수하고 타당치 않으면 그 정보는 버립니다.

이것을 보고 착각이나 실망을 하시는 분도 보았습니다. 낙동강이 말은 멀쩡하게 잘 듣는 것같았는데 액션은 다른 방향으로 취하는 것같다는 이야기이지요.

예를들어보지요.

지금 인준씨가 아주 잘보인다는, 제가 양도한 9인치 슈미트카세. 망원경을 구입할 때 이야기입니다. 그 제품은 모 망원경 가게에 중고로 올라와 있었는데, 전 그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다른 사람의 권유에 의해서 구입을 하게 됩니다. 구입하기 전에 몇 분들께 물어보았습니다. 모두가 그 망원경 오래되어 낡았고 별 볼일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이러니 팔리지 않았을겁니다). 망원경 가게에 가서 9인치 슈미트카세.로 지상 경치를 보았습니다. 그당시 제가 가지고 있었던 11인치 슈미트카세.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그 때는 오리털이 부경에 없을 때였으므로). 그래서 또 다른 분에게 재차 물어보았습니다. 슈미트카세.는 지상 경치와 별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지상 경치도 잘보이면, 별도 잘 보이겠지...’

아뭏던 구입을 하고 보니 역시 잘 보였습니다. 이게 소문이 나서 그런지 몇 분으로부터 팔아라는 제의가 왔습니다. 그 망원경이 미국에서는 3600불인가 뭔가에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정말입니다요.

‘아이고~ 낙동강 망원경 잘 구입해서 돈 벌었네~~ 경사났네 경사났네~~’

저보고 그 망원경 구입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신 분들은 좀 섭섭했을겁니다. 그러나 그 분들도 어디에선가 소문이나 풍문을 들었거나, 아니면 시중의 슈미트카세가 모두 허접하게 보이므로, 연관시켜 추정적으로 이야기했을겁니다. 어쨌거나 고객들이 오판한거지요.

이와같이 고객은 아주 우둔하기도 합니다. 저에게 충고를 하셨던 분들, 이런 말에 섭섭하게 생각지는 말아주세요. 저도 그렇고 누구나 아주 우둔할 때도 있는 것입니다.

...........................

반면에 고객은 아주 현명하기도 합니다. 이것 또한 예를들어보지요.

며칠전에 분당에 번개관측에 놀러가서 이야기입니다. 황교수님과 미러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황교수님 망원경 미러 셀에는 ‘코르크’ 완충재를 넣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전 남의 말을 들을 때는 모르는척 듣습니다만 속으로는 제법 놀랐습니다.

전 실제 반사망원경의 미러셀 구조에 대해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어떤 완충재를 사용하는지는 모릅니다. 코르크는 포르투칼과 스페인에서 자라는 코르크 나무에서 채취하는 껍질을 가지고 물어 삶아서 만드는데, 일반적인 완충재로는 잘 사용치 않습니다.  

일반적인 완충재로는 우리가 흔히 보는

1. 스치로폼~요건 폴리스틸렌이라는 알갱이를 스팀에 쪄서 제작합니다. 스치로폼은 주로 밀도를 가지고 완충재 척도를 나타내주지만 탄성 영역이 적어 코르크보다는 못합니다.

2. 스폰지~이것도 여러 고분자 수지를 가지고 뻥튀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의 종류는 천차만별이지만 이것 역시 코르크보다는 못합니다.

3. 폴리우레탄폼~이건 폴리올과 다른 화학물질을 섞어면 발열반응이 일으나면서 부풀어 오면서 굳어지는 원리입니다. 설탕을 가열하여 가성소다를 넣어면 부풀어 올라 맛있는 과자가 되는 원리와 같습니다. 이것 역시 코르크만 못합니다.

4. 고무류
이것 역시 코르크보다 완충성이 못하나 발포고무(EPDM)의 경우는 아주 좋은 것도 있음(한번 알아보세요).

‘아니, 고객들이 코르크가 완충이 좋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참 신기하기도 하고, 고객들이 아주 현명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이렇게 고객들이 우둔하기도 하고 현명하기도 하므로 이런 정보들을 잘 취합하여 판단하는 것은 진홍씨 몫이므로 잘 검토 판단하기 바란다는 뜻입니다요.

요 말만 하고 말을 끝내면 대안은 말않고 잔소리만 하는 격이되므로, 제가 생각하는 미러셀 구조의 그림을 올리면서 마치겠사옵니다.


제가 보기에는 미러셀의 핵심은 두가지이다.

1. 미러의 압박 경감
미러와 지지부의 금속물의 선팽창계수는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적정 완충재를 사용해야하는데, 미러의 압박을 경감시키려면 완충재를 어떤 재질로, 어떤 구조로, 어느 위치에, 어느 정도 두께와 면적으로 해야하는가?

*.진홍씨가 올린 사진의 외국인 미러셀도 같다. 이것은 절삭물을 사용치않고 용접구조로하고 측면에서 지지를 하는 것인데, 그것은 구조상의 문제이고 결국 그것을 잡아주는 완충재의 두께와 크기를 얼마나 하는 것이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러 입장에서는 자기를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면서 온도에 따라 수축 팽창시 압박을 안받도록 해주는게 제일 좋은 것이라는 얘기(낙동강 눈에는 그 구조는 눈에 보이지 않고 완충재만 눈에 보임).

*.그 사진의 완충재는 흰색인데 코르크는 아닌 것같음(흰색 코르크도 있나요?).

*카와카미씨의 경우도 사진을 보건데 흰색이고 미러 저판을 테두리부를 돌리는 식으로 만들었고, 이것 역시 코르크는 아니고 합성 고무류(실리콘 고무?)로 보여진다.--->이 두가지 모두 코르크보다 완충성이 못함.

*적정 코르크 두께를 구할려면 상온(25도) 기준에서 예상 최저 온도(예 영하 50도)에서 금속물 수축 치수량과 미러 수축량 차이를 계산하고, 이 치수 크기 정도만 여유 틈새를 주고 난뒤---> 여기에 코르크를 끼운다고 했을 때 그 중간온도(-50+25/2=-12도, 이값이 없다면 상온에서 추정하여 계산)에서의 코르크의 탄성계수를 찾아내어 코르크가 탄성성질을 잃어버리지 않을 정도(이것을 항복점이라 하지 싶음)의 수축가능한 두께를 계산하고--->이 계산치가 코르크의 탄성계수를 잃어버릴 정도로 수축이 된다고하면 여유틈새를 더 주면서 계산하여 그 틈새를 결정해야함. 그 틈새 크기는 정확하면 할수록 좋고, 그래야 비싼 절삭물을 한 보람이 있을것이다.

*결론적으로 무슨 말이냐하면 상온에서도 미러가 놀지 않아야되고, 최저 온도에서도 코르크가 탄성성질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의미임.


2. 미러셀과 본체 고정
미러셀은 본체와 단단히 고정되어야하고 따로 놀거나 꿀렁꿀렁하면 안될 것이다. 낙동강이 생각한 구조는 위의 구조인데 몽조리 절삭물이다. 돈 팍 올라갈 것이다.

진홍씨의 측면지지 그림은 절삭물은 사용치않고 거의 용접으로 이루어지는데, 용접개소가 수십개소이다. 70~100개소로 보여진다. 이건 청계천에 가서 관련부품을 구입해서, 우리 집 창고에서 교류아크 용접기로 내가 직접 용접하면서 만드는, 그야말로 보람찬 만들기 방법이라 보여진다. 그기다가 측면지지를 위한 얇은 금속 강대의 벤딩도 내가 집에서 휘면서 뻰치로 절단하면서 해야한다.

어쨌던 이렇게 하더라도 미러셀이 본체와 잘 고정이 되고 저면(底面)에서 미러를 조정 가능토록만 된다면 문제는 없다.

작업의 편리성과 코스트를 따져보았으면 합니다.
  • 박성래 2003.06.17 10:17 (*.159.129.18)
    아주 잘 읽었습니다. 개발자 다우시군요 ^^
  • 박진홍 2003.06.18 23:38 (*.215.153.33)
    박병우님은... 겉모습은 털털하신거 같은데... 매우 꼼꼼하신 분 같습니다 ^^;;

    자세한 글 잘 읽었고... 항상 도움 주시는 점에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미러셀 지지부는 18점으로 지지하기로 했고 설계도 거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단지 그 18점 지지부(삼각판)를 지탱하는 구조물이 문제인데....

    알루미늄 삼각판으로 설계를 했었지만 가공상의 문제와 구조상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은 스텐레스 삼각형 구조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미러셀과 본체를 연결하는 최하단부의 설계인데....

    아무래도 둥그런 두랄루민 정도로 해야 뽀다구도 날거 같구 쿨링팬도

    멋지게 달 수 있을거 같지만 무게가 장난이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 부분을 역시.... 스텐레스 사각기둥으로 설계할까 생각중입니다.

    (그럼 뽀다구는 포기해야 하는데... 으으으)

    측면 지지부는 아직도 고민입니다.

    아무튼 내 생각대로 망원경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건 정말 복받은 일이지 싶습니다.

    행복한 세상입니다 ^^;;
  • 박병우 2003.06.19 09:14 (*.100.197.215)
    스텐레스도 용접이 힘들므로, 체결구조는 볼트식이 낫지싶습니다. 스텐레스는 열전도성이 좋지않아 용접을 하면 십중팔구 변형이 됩니다. 참고하시고 화이팅!
  • 박진홍 2003.06.19 12:12 (*.226.0.201)
    아.... 그렇군요. 무식이 죕니다.
    뭣도 모르면서 맹글어 볼라니깐 이만저만 고생이 아닙니다.
    그럼... 즐거운 목요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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