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의 출사기

by 황인준 posted Jul 2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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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에 너무 굶주려 있었던 이유에서인지
아님 날이 덥고 습도가 높아서인지..
요즈음에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그리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습니다.
어제는 날이 낮부터 예사롭지 않게 맑았고 또한 하늘은 고온과는 다르게 푸른색을 띤 그런 하늘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출사나갈 기분에 하루종일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해질 무렵 여전히 좋은 날씨를 확인하고는 최대한 간단하게 장비를 챙겼습니다.
그리고는 늘 가는 아산 봉곡사 인근 산중도로에 진을 쳤지요.
예상대로 하늘은 오랜만에 은하수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것만으로도 사실 만족할만합니다.
긴 장마의 터널 끝에 별빛을 본다는 즐거움은 홀로하는 관측과는 무관하게 즐겁고 들떴습니다.
차안에서 달궈진 장비를 식히느라 한참을 음악을 들으며 언제나의 그 여유를 즐겼습니다.
한 9시반경 제 장비 옆을 스쳐지나갔던 겔로퍼 한대가 돌아옵니다.
가기수라는 분인데 이분은 스쿠바 다이빙을 취미로 하시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늘 마음속에 두고 있던 취미였는데 깜짝 놀랐다고 하더군요.
근 한시간 반 정도를 서로의 취미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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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예전에 실패한 200미리 화각의 북아메리카와 펠리칸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대상을 잡고 촛점을 면밀히 맞추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셔터를 누르고 차안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고양이의 보은을 보고 있다가 한 12시경 밖으로 나와보니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베가도 보이지 않더군요.
카메라 모니터를 확인해 보니 겨우 6장만을 건졌습니다.
그 나마도 그리 상태는 썩 좋지 않더군요..
결국 사진 찍기에는 실패했지만 오랜만에 밤하늘... 별빛.... 그리고 정이 듬뿍 들은 장비와 덤으로 얻은 귀중한 인연등..
2개월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관측이었습니다.
날이 너무 더운 삼복더위입니다.
특히 서울 경기쪽에 사시는 분들은 몸 잘 다스르시기 바랍니다.
이상 별 내용없는 허접 관측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