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혜성 촬영기

by 박병우 posted May 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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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혜성 촬영기

인준씨가 올린 일본의 별친구 마쯔모토씨가 찍은 니트혜성의 꼬리는 너무나 선명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사용한 기기는 입실론160 경통, s2pro 카메라, st-4에 의한 혜성핵을 가이드했습니다. 우리 회원 중에서는 입실론 160은 선숙래씨가 가지고 있고, s2pro는 박병우, st-4는 박성래군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선숙래, 박병우, 박병우의 똑똑한 세사람 조합으로 이 멋있는 꼬리가 찍힐 것인가--->모두 고개가 갸우뚱~~

5월 17일날 강원도까지 갔지만 냉각ccd를 안 가져 가는 바람에 아쉽게도 300mm 작은 렌즈로 니트혜성을 찍는데 그쳐야했습니다. 그러다 어제는 날이 계속 흐렸고 급기야 오후가 되서는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4시: 인준씨와 조창우씨가 안산의 용이 행님 집으로 와서 모종의 작당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날 맑으면 산에 올라가서 천체촬영하고, 날 흐리면 모여서 모종의 작당을 하고...전화를 해서 저도 꼽싸리 끼기로 했습니다.

오후 5시: 승용씨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지난 번에 빌린 체사이어도 반납을 하고, 저녁 먹고 안산에 놀러가기로 하였습니다. 안산에도 비가 오고 번개가 치고 난리라고 합니다.

오후 5시 30분: 인준씨에게 전해 줄 스텔라이미지4를 cd에 복사하는데 아무리해도 복사가 되지 않았습니다. 복사가 중간까지는 잘 되다가 중간에서는 ‘읽을 수 없는 정보가 있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리하야 시디 5장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기상청 일기예보나 보자 싶어서 홈페이지를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있나요. 이 비구름만 지나가고 나면 구름이 없고 날이 맑을 것같았습니다. 예보상으로는 계속 구름이 낀다는 표시였지만 이건 기상청 삐리리들의 이야기이고, 노련한 오랜 저의 경험으로 보건데 날이 맑을게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기다 혜성 촬영시간인 저녁 9시부터~10시 반까지는 강원도에서는 하늘이 쨍쨍할 것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허나 바같에는 비가 겨우 그치고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답답한 심정입니다.    

‘하늘아~ 하늘아~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일단 6시 구름 사진을 보고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6시 20분: 6시 10분에 6시 구름사진이 올랐습니다. 확인결과 혜성촬영시간에는 분명히 구름이 없을 것이라도 판단했습니다. 허나 바같 날씨가 영 엉망이라서 오랜 저의 경험만으로도 판단히 힘들었습니다. 일단 집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아무 것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용이행님에게 반납할 체사이어도 가방속에 넣고, 인준씨에게 줄 스텔라이미지4 원본도 가방속에 넣고, 냉각CCD도 챙기고 집을 나섰습니다. 일단 아파트를 나와서 결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아파트를 나와서 길에 나오면 좌회전은 용이 행님이 사시는 안산 방향이고, 직진은 강원도로 가는 외국순환도로 방향입니다.

‘안산이냐 강원도냐, 좌회전이냐 직진이냐?’

신호대기에 서서 입에서 절로절로 노래가 나왔습니다. 김상진의 ‘이정표없는 거리’가 이렇게 실감나는 줄 몰랐습니다.

♬이리 가면 안산이요~ 저리 가면 횡성인데........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세 갈래길 삼거리에 비가 나린다

드디어 신호가 바뀌고 좌회전과 직진 동시 신호가 켜졌습니다. 핸들을 꺽을까 말까...그러나 나도 모르게 핸들은 꺽이지 않고 차는 직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니...

‘이건 오늘 강원도에 가면 혜성대박이라는 하늘의 뜻이다. 가자! 강원도로!’

그러나 날은 계속 흐려 이천 쯤 가서 하늘을 보고 계속 흐리면, 안산으로 되돌아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전속력으로 차를 몰아, 해가 질 무렵에 이천에 도착하여 하늘을 보니 서편 하늘에는 구름이 없었습니다. 붉은 노을만이 산 아래의 태양의 빛을 받아 연분홍쌕으로 빛났습니다. 이 때 인준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렸습니다. 용이 행님에게는 문자가 들어 가지지가 않았습니다. 전화로 하면, 이래 비오는 날씨에 강원도로 가다니 아마 저보고 맛이 갔다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문자 내용인 즉선

‘관측 가유~’

라고 적고 싶었지만 다른 분의 용어를 패러디한 기분도 있고, 약 올리는 문구같아서 약간 달리 보냈습니다.

‘인준씨~ 어떤 소녀가 날 찾아와 묻거든 이 몸은 강원도로 혜성 찍으러 갔다고 전해주오~ 그 소녀가 눈물 흘리면 이 몸도 눈물 흘리며 떠났다고 전해주오~ 내 없다고 다민이 동냥젖으로 키우지는 말아주오~’

날이 흐리던 맑던 도착시간은 급합니다. 그기다가 요즘 덕사재 지름길은 공사중이라서 바로 갈 수도 없습니다. 강림면으로 들어서니 여기도 비가 온 날씨였습니다. 안개가 주천강 주변으로 지독히 쌓여 오늘은 날이 맑아도 안개 때문에 송아지 물건너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월현리 고개를 올라가는 길에도 안개가 쌓였습니다.

천문인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영역표시를 하면서 서쪽 하늘을 보니 서쪽산은 안개가 없고 날은 개여 별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심하게 불어 옆에 있는 비닐 하우가 울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이것도 불안합니다.    

8시 20분: 드디어 천문인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더 이상의 지체시간은 있어서는 안됩니다. 날은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릅니다. 바로 냉각 시시디 박스와 카메라, 노트북을 가지고 옥상으로 뛰었습니다. 재빨리 후드를 벗겨내고 카메라를 등받이에 올려 300mm 망원렌즈 초점을 맞추고, 냉각 시시디는 6인치에 연결하고, 가대를 혜성으로 향했습니다. 극축을 정확하게 맞추어 둔 탓인지, 혜성 찾기는 바로 되었습니다. 노트북에는 큼직한 혜성이 나왔지만 지난번의 브래드필드 혜성과는 달리 꼬리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때가 9시 20분.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1분 간격으로 사정없이 스타트했습니다.

위의 그림은 300mm로 찍은 니트혜성입니다. 왼쪽은 가이드 없이 노출 시간을 4~5분 준 것이고, 합성매수는 6장, 오른쪽은 냉각시디디로 핵 가이드를 하고 찍어 보았습니다. 노출시간은 역시 4~5분, 합성매수 6장, 모두 iso800입니다. 오른쪽을 뒤에 찍었으므로 혜성의 고도가 낮아져 꼬리가 덜 보입니다.

6인치 대구경 쌍안경으로도 혜성을 한번 보기로 했습니다. 쉽게 찾을 수 있었고, 핵 모습이 선명히 보였고, 그 색상도 녹색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니트혜성촬영에도 또 이틀간 잠도 못자고 강원도까지 왔다갔다하고 말았습니다.

ps)승용씨, 인준씨 약속을 못지켜 미안합니다. 다음에 돌려드릴께요. 그대신 노래 한곡 들려 드릴것시유~ 이 노래 듣고 제 심정 이해해주시기 바래유~

♬이리가면 안산이요/ 저리가면 횡성인데/ 이정표없는 거리/ 헤매도는 삼거리 길/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세 갈래길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