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인마을 송년관측회

by 박대영 posted Dec 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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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대영입니다.

송년관측회 관측기가 올라오질 않는군요?  날씨가 썩 좋지 못해서 그런가요, 아니면 송년관측 피로의 여파때문인가요?

제 경우는 당일 회원승인이 떨어지면서 참석한 관측회였습니다.  수업끝나고 분당에서 5시 30분쯤 출발해 잠시 집에 들렀다가 천문인마을에는 9시가 거의 다되어 도착하였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오셔서 천문인마을의 옥상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을것 같아 전 망설임없이 아랫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곳을 관측지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눈발이 채 녹지 않은 그곳은 무척 춥더군요..

마운트를 EM200에서 아틀럭스로 바꾸고 며칠간의 테스트를 한 끝에 본격적인 촬영을 시도할 생각이었습니다.  다만, 경통을 연결할 플레이트가 완전치 않아 비상수단(제가 이런걸 아주 잘합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실 분은 산사춘 한병 들고 절 찾아오세요..ㅎㅎ)을 동원해 장비를 설치했고 바로 경통냉각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천문인마을에 도착했을 당시의 기온이 영하 13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전날은 바람도 불고 더 추웠다고 하더군요..아무튼 무시무시한 천문인마을입니다..그 추위에 잠깐잠깐 냉각정도를 살펴가면서 옥상에 설치된 망원경 탐색을 시도했습니다.  정말 망원경 많더군요.  자칫 발을 잘못 디뎠다가는 삼각대에 걸려 넘어질 정도로..

그리고 중간중간 식당에서 나다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이미 낯이 익은 분들이었고 웹에서만 보고 처음 얼굴을 보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매우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밤 12시가 넘어서면서 차차 경통이 냉각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잉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고..어쨌든 그때부터 투유캠으로 촬영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날이 춥다보니 노트북의 케이블과 투유캠 게이블이 얼어 마치 철사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약 한시간의 테스트와 준비끝에 토성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투유캠을 사서 사무실 주차장에서 촬영할때와는 또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어쩌면 이번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첫 촬영이기 때문에 그런것 같았습니다.

투유캠 촬영을 하면서 제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했습니다.  충분한 고배율을 얻기 위해서는 접안부의 촛점조절장치에 대한 보강이 필요할 것 같고 콘트라스트를 올릴 수 있는 내부처리도 필요할 것 같고 퍼펙트한 광축조절도 필요할 것 같고..아무튼 승룡님께서 이것 저것 많은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1시부터 약 1시간가까이 촬영을 시도했는데 시잉때문에 상이 안정적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첫 테스트 촬영이므로 개의치 않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안에서 절 부르고 있었습니다..알고보니 1시부터 송년파티가 벌어진다 했던 말이 기억났습니다..  첫 사진인데 지금 그만두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찍다가는 맛있는 거 다 먹어버릴것 같고..잠시 고민이 되었지만 이왕 설치된거 몇장 찍기로 했습니다.  전부 4그룹의 동영상을 서로 다른 2종류의 확대도로 촬영했습니다..

급히 송년파티가 있는 식당으로 가려하는데 발이 얼어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먹어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아 자욱한 연기와 고기냄새, 왁자지껄한 나다분들의 목소리..진작 들어올 걸 후회가 되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양주한잔으로 찬 속을 달래고 고기 몇점 집어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두 분들이 잠을 청하러 가는지 별을 보러 가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더군요..

오랜만에 중앙천문대에 놀러갔습니다.  혼자가기는 그래서 성래군과 천망동의 곽지영님을 데리고..지금 생각해보니 그 두사람 가는데 제가 눈치없이 끼어든 것 같은 생각도 드네요.  그런가요?

오랜만에 만난 김시태 소장님과 엑스노바 회원들(회원들의 얼굴이 많이 변했더군요..모르는 분들도 몇 분 계시고)과 간단히 녹차 한잔 마시고 내려왔습니다.  오면서 귀신이야기 잠깐 하고. 왜 했는지는 아시죠?

다시 관측을 하려고 나갔을때가 아마 새벽 5시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연습은 되었으니까 목성이나 촬영해 볼 요량이었는데..아뿔싸..시잉은 극도로 나빠져 있었습니다.  거의 상이 서질 않더군요..다시 토성으로 대상을 바꿔봤는데도 역시 였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한 컷 촬영을 더 해보고 6시쯤 포기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몸이 너무 쑤셔서 잠을 못자겠더군요..간만에 무리를 해서 그런가 낼 모레면 40대가 되어서 그런가..아무튼..억지로 버티다가 더 못버티고 식당으로 내려와서 촬영한 거 합성을 해봤습니다.  죽어도 합성이 안되더군요..디지털사진, 만만한게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 포기하고 오전에 광합성좀 하다가 점심때가 다 되어 집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모처럼 많은 사람과 더불어 별을 보았습니다.  여러 분들과 즐거운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구요.  디카가 있어서 사진도 곁들여 올렸으면 좋았을텐데 아직은 그럴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