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안 천안에서의 관측...

by 김영혜 posted Dec 0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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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일로 겸사겸사 천안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천문대일로 6시가 넘어 부랴부랴...
한 2시간 반쯤 걸리더군요. 딸린식구들 때문에 먼저 인준이형네 집으로 향하게 되었답니다.
현관을 들어서니 말은 49평이라고 하는데, 평수가 60평 정도로 느껴지더군요.
인준이형 등치만큼이나 크고 아늑한 아파트였습니다.
박현권씨가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처자식 고이 모셔 놓고 얼른 집을 나섰습니다.
천문장비 끌고 아파트를 내려가다가 사고하나쳤습니다.
인준이형 알미늄 케이스를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거든요.
과연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이 떨어졌을까요? 두근 두근...
500만원짜리 CCD카메라가 아닐까 엄청 걱정했습니다.
그정도면 좋은 망원경하나는 살 수 있는 가격이었으므로...
다행히도 아니었습니다. 십년감수했죠...^^ 엄청 눈치 보이더군요.
설상가상으로 날씨도 영 아니었습니다.ㅠ.ㅠ
또한 사설 천문대에 붙박이 망원경을 사용하다보니 장비 또한 아무것도 안챙기고 갔었습니다.
사회같았으면 눈치도 제법 보일만한데 나다 회원들만 만나면 얼굴이 철판이 되는건 무슨 이유일까요?
마음 놓고, 장비들 세팅하는데 도와도 주고 구경도 하고...
구경하다보니 승용이형이 빌려준 박현권씨가 쓰는 망원경이 아주 좋아보이더군요.^^
일단 째려봤죠.ㅋㅋㅋ
날씨가 좋기만을 기다리며 이 얘기 저 얘기하는 도중에
아, 내가 엄청 고리타분한 놈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나름대로는 융통성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인준이형한테 구사리도 먹구요... 승용이형은 옆에서 좋은 조언도 하고요...
박현권씨도 저와 비슷하게 거의 듣는 분위기... 저는 가끔씩 답답한 소리 한다디씩...
별보는 사람들 원래 별종들 아닌가여?ㅎㅎㅎ
이렇게 4시가 넘어가도록 인생 얘기했다는 건 별이 안보였다는 뜻이겠지요?
그래도 하늘은 아주 무심하지만 않았답니다.
동남쪽부터 조금씩 개이더니 하늘이 쫘악 열리더군요.
얘기하다 지쳐 차안에서 자고 있는 인준이형 깨우고...
벌써부터 대기하고 있던 승용이형과 박현권씨는 토성 목성 잡고 있고...
별이 보이기 시작하니 아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이 사람들이 진짜 '별지기'구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마치 행진곡이 울려퍼지는 것처럼 활동적으로 변해 조금 전 까지 침울했던분위기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답니다.
그 느낌 아시는 분은 다 아실거예요.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던 저는 마직막 40분을 견디지 못하고 차안으로 들어가 잠시 눈감고 나니,
똑! 똑! 똑! 차유리 두드리는 소리와 차창 밖으로 모두 철수하고 제 가대만 남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초보는 어디가나 티가 나기 마련이죠?
하지만 마음은 즐겁더구만요. 토성도 보고 목성도 보고 인준이형의 M51도 보고...
세 분이 찍은 대상들을 나다에서 볼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며 우리는 홀가분히 그 자리를 떴답니다.
이제부터 천문대에 가서 EM200을 가지고 자동도입하며 촬영할 것을 생각하니...귀가 길이 너무 즐거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