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사진 2 (그리운 전우들)
같이 먹고자고 했건만 이름이 기억나는 전우는 불과 2~3명입니다. 전부 근엄한 자세로 있는데, 난로 난간에 기대어 있는 삐리리한, 천하에 기합빠진 군바리는 누구란 말인가요? 저기 고참인가 쫄병인가 아니면 하리마후인가?
아래 그림은 훈련나가서 밥을 먹고 있는 장면입니다. 반찬이라고는 그림에 나와있듯이 고춧가루가 셀 수있을 정도로 몇 개 붙어있는 시퍼런 김치 한조각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는 한 밑천인 젊음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도저히 못 먹을 것같은 돼지죽같은 밥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겨울 훈련에서 가장 괴로운 것은 먹는 것도 아니요, 추위입니다. 어느 날 훈련을 나가(포항 북쪽 보경사 뒤는 민가가 거의 없는 산악지대임), 고참이 한마디합니다.
‘아~ 사제김치가 먹고싶구나. 낙동강 넌 안먹고싶니?’
이건 민가에 가서 김치를 훔쳐오라는 소리이므로 ‘김빠이(훔친다는 뜻)’하러 내려갔습니다. 요건 걸리면 바로 영창입니다. 인기척이 없는 집을 골라 장독대로 살금살금 갔습니다.
뭔가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방안에 있던 그 집의 처녀가 등뒤에 서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서었습니다. 일주일간 세수도 못하고 양치질도 못한 상거지 군바리는 영락없는 무장공비 꼴이었습니다.
‘저~!! 포항사단에서 훈련나와서 저 산 위에 있는 군바리인데요. 김치가 좀 있나싶어서...말도 안하고 남의 집에 들어와서 정말 미안해요.....고참이 가라고 해서...알고 보면 지도 남의 훔친적은 없습니다. 헌병대에 신고하면 전 바로 영창입니다.’
‘그래요? 그럼 말을 해야지요. 김치 줄테니까 가져가서 잘 먹어세요.’
어여쁜 그 처녀 덕에 김치를 한바가지를 얻어 올 수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처녀여~ 내 제대하는 날짜 82년 1월 31일 되면 다시 찾아오리니...제대하는 그날까지 정조만은 지켜다오~~’
그 처녀 틀림없이 좋은데 시집가서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희노애락을 같이하며 내무반에서 동고동락했던 자랑스런 포항1사단 73공수대대 전우들이여~
완전무장 구보시 졸병의 무장을 대신 들어주며 우리는 한명의 낙오도 없이 뛰었다. 난 그 때의 관절 고통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그대들은 지금 모두 몸 건강히 잘 계신지요? 아무쪼록 모두들 몸 건강하게 지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