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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안경의 최단거리, 안폭, 광축, 주변상 간의 관계

by 황형태 posted Sep 1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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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안경의 주요 스펙 중 하나로 ‘최단거리’라는 게 있습니다.
시력이 좋은 사람이 그 쌍안경을 통해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를 뜻하지요.
(엄밀하게 말하면 동일 쌍안경에 대해서도 시력이 다른 사람이 보면 최단거리가 달라지게 되며, 안경을 벗고 본다는 가정 아래 근시가 심한 사람일수록 최단거리가 짧아지게 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쌍안경은 사람마다 다른 두 눈 간의 거리에 따라 안폭을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동일 관측자에 대해서도 관측자와 피사체의 거리에 따라 안폭이 달라지게 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쌍안경의 광축이 정확하게 조절되어 있다면) 피사체가 쌍안경의 최단거리에 가까워질수록 안폭을 줄여줘야 편안하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쌍안경 없이 맨눈으로 사물을 바라볼 때도 나타나는데 사물이 가까워질수록 양 동공간의 거리가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런데 그 원인은 쌍안경으로 볼 때 안폭이 줄어드는 원인과는 다릅니다.

쌍안경으로 볼 때는, 양 접안렌즈에 의한 허상을 자신의 명시거리(사람마다 각자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피사체와 눈과의 거리)에 위치하도록 포커서를 조절해서 보기 때문에, 눈이 느끼는 허상까지의 거리는 (피사체와의 실제 거리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명시거리입니다.

그렇다면 쌍안경으로 볼 때 피사체가 가까워짐에 따라 안폭이 작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원인을 이해하려면 쌍안경에서 광축의 개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쌍안경의 광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쌍안경을 두 개 망원경의 조합으로 봤을 때 각 망원경 자체의 광축이고, 또 다른 하나는 두 개 망원경의 평행도를 뜻합니다. 쌍안경은 배율이 낮기 때문에 전자의 광축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드물어서, 쌍안경의 광축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후자를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여기에서 논의하려는 광축도 후자의 경우에 속합니다.

쌍안경의 광축이 잘 맞아 있을 때(즉, 양 쪽 망원경의 두 개의 자체 광축들이 정확하게 평행을 이루는 경우), 두 대물렌즈 간의 거리가 존재하는 쌍안경의 특성상, 좌측 눈으로 보이는 대상의 범위와 우측 눈으로 보이는 대상의 범위는 두 대물렌즈 간의 거리만큼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원거리를 볼 때는 쌍안경으로 보이는 범위의 실제 길이(예를 들어, 1000m 거리에서 100m범위를 볼 수 있는 쌍안경으로 2000m 원거리를 본다면 보이는 범위의 실제 길이는 200m임)에 비해서 두 대물렌즈 간의 거리는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기 때문에 양 쪽 눈에 의한 이미지 써클은  거의 정확하게 하나의 원으로 겹쳐서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피사체가 근거리에 있는 경우에는 쌍안경으로 보이는 범위의 실제 길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두 대물렌즈 간의 거리가 무시 못할 만큼 커지게 되는데(좌측 눈의 중심상과 우측 눈의 중심상 간의 거리가 두 대물렌즈 간의 거리만큼 떨어진 서로 다른 위치임), 이 경우 우리 눈은 스스로 조절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려고 하는 대상이 하나로 보이도록 스스로 조정하고, 이에 따라 이미지써클은 하나로 겹쳐지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 관측자가 양안으로 보는 대상은 좌안에서는 이미지서클의 우측에, 우안에서는 이미지서클의 좌측에 위치하므로, 쌍안경으로 근거리관측 시 우리 눈은 부득이 양쪽 동공이 안쪽으로 몰리는 일시적인 사시가 되어 동공간의 거리가 짧아지므로 쌍안경의 안폭을 조금 줄여줌으로써 편안한 관측이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원리로 해서, 근거리의 작은 꽃을 주대상으로 보려고 하는 경우, 그 꽃이 왼쪽 눈의 이미지 써클에는 중심에서 오른쪽에, 오른쪽 눈의 이미지 써클에는 중심에서 왼쪽에 위치하게 되어 하나로 보이게 하므로, 정작 우리가 보려는 대상인 꽃은 각 이미지써클에서는 중심에 위치하는 중심상이 아니고 왼쪽 혹은 오른쪽에 위치하는 주변상이 되는 거지요.

따라서 최단거리의 대상을 선명하게 보려면 주변상이 좋은 망원경이 주변상이 나쁜 망원경보다 훨씬 유리하며, 주변상의 정도가 비슷하다면 대물렌즈 간의 거리가 짧을수록(즉, 같은 구경이라면 포로형 => 루프형 => 역포로형 순으로) 유리하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무한대 거리의 별을 볼 때는 이와 같은 논의가 무의미하겠지만, 쌍안경으로 근거리의 대상을 관찰하고자 할 때는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간혹 보면 최단거리가 1m 라거나 1.2m 라거나 하는 스펙을 자랑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두 대물렌즈 간의 거리가 먼 포로형의 경우) 주변상이 좋지 않으면 중심상이 좋다고해서 근거리 영상에서 선명한 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