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총영사 지낸 `서현섭'씨
일본 천문학계가 최근 발견한 소행성에 주(駐) 후쿠오카와 요코하마 총영사를 지낸 뒤 교황청 대사를 마지막으로 지난해 외교관직을 떠난 서현섭 씨의 이름을 붙여 화제가 되고 있다.//사회부 기사참조/사회/ 2005.2 .22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일본 천문학계가 최근 발견한 소행성에 주일 총영사를 지낸 전직 한국 외교관의 이름을 붙여 화제다.
주인공은 주(駐) 후쿠오카와 요코하마 총영사를 지낸 뒤 교황청 대사를 마지막으로 지난해 외교관직을 떠난 서현섭(徐賢燮ㆍ61)씨.
외교관 시절 `일본은 있다' 등 다수의 일본 관련 서적을 저술하면서 `지일파'로 통했던 서씨는 퇴직과 함께 일본 규슈대에서 석좌교수로 임용돼 한ㆍ일 근대 외교관계와 문화 비교론을 연구하고 있다.
22일 서 교수에 따르면 일본 도쿄천문대 후루카와 키이치로 교수팀은 지난달 25일 발견한 소행성에 6천210번이라는 번호와 함께 서씨의 이름을 붙였으며, 이는 국제천문연맹(IAU)을 통해 세계 천문학계에 공포됐다.
일본 천문학계가 새로 발견한 소행성에 한국인의 이름을 붙인 것은 앞서 몇 차례 있었지만 역사적 위인이나 천문학자가 아닌 인물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학계가 이같이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평소 일본의 역사ㆍ문화에 애정을 보여온 서 교수와 후루카와 교수 사이의 돈독한 우정 덕분이다.
서 교수가 후루카와 교수를 알게된 것은 파푸아뉴기니 대사관 시절이었던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후루카와 교수가 아마추어 천문가 와타나베씨와 함께 발견한 소행성 이름을 당시 탄신 600주년을 맞은 세종대왕으로 명명했던 때이기도 하다.
서 교수는 인터넷으로 이 소식을 접하고는 후루카와 교수에게 e-메일을 보내 `감사인사'를 전했고, 이듬해 5월 일본 후쿠오카 총영사로 발령을 받자 학술회의차 현지에 온 후쿠오카 교수와 직접 조우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서 교수는 후쿠오카 교수가 `세종'뿐 아니라 앞서 발견한 소행성의 이름을 일본에 천문과 역법을 전파해 준 백제 승려 `관륵'으로 붙이기도 하는 등 한국 역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두 교수는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은 매우 작은 존재인 만큼 양국간의 해묵은 갈등을 청산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드는데 서로 노력하자"고 약속했다.
이듬해 서 교수는 자신이 일본어로 저술한 `한ㆍ일 때때로 흐리고 맑음'이란 책을 후쿠오카 교수에게 선물했고, 올해 초 6년전 받은 책에 대한 보답으로 소행성 `(6210)서현섭'이라는 선물이 돌아온 것.
서 교수는 "내 이름으로 `별'에 붙이겠다는 후쿠오카 교수의 제안을 듣고 처음엔 부담스러워 수 차례 고사했었다"며 "그러나 올해 수교 40주년을 맞은 양국이 보다 친밀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감사하며 수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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