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장초점 아크로매트 굴절, 빅센 80L, 80 mm F/15 >
요즘 중국산 아크로매트 굴절이 싼 가격을 무기로 상당히 많이 보급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추어 천문 인구의 저변이 확대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사실 망원경의 성능에 대해서는 미덥지 못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색수차가 문제가 되죠.
아크로매트에서 의미있게 색수차를 없애려면 구경비(focal ratio)가 구경의 5배는 되어야 한다는 "광학법칙"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100미리 4인치 굴절의 경우 초점거리가 2미터는 되어야 색수차없이 만족할만한 육안 관측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조금 기준을 완화시켜서 Sidgwick이라는 사람이 최소한 3배는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럴 경우에도 촛점거리는 1.2미터가 되어야 하므로 경통이 매우 커지는 문제가 생겨버립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4인치 이상의 굴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러던 중 60년대에 슈미트-카세그레인방식이 아마추어들의 망원경으로 소개되면서 긴 초점거리를 가진 아크로매트 굴절에 대한 수요는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80년대 들어와서는 새로운 렌즈소재와 컴퓨터 설계로 아포크로매틱 굴절이 가능해지면서 단초점의 고급 망원경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추세와 더불어 다시 시장에 나타난 것이 단초점 아크로매트 굴절이라고 합니다.
망원경 제작업체들은 단초점 아크로매트 굴절을 "이동성, 광시야"를 모토로 내걸고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구매자들은 마치 아포굴절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값이 싼 망원경을 가질 수 있다는 일종의 "착각"속에 구입을 했습니다. 하지만 색수차는 여전했고 아마추어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80미리 단초점 아크로매트 굴절을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만 실제 관측에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는 못한 장비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확실하게 알려진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사람들이 굴절망원경을 사는 이유는 굴절망원경만이 "진짜"망원경이라는 "신화화된 신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으로 생각되는군요.
아크로매트굴절로 관측을 하면서 색수차에 대해 불평을 하면 어느 고승의 선문답을 빗대어 "너는 달을 보라하면 달은 보지 않고 색수차만 보느냐"하고 꾸짖는 고수 아마추어도 있습니다만, 어찌 되었든지 짧은 F수의 아크로매트 굴절은 평생을 두고 같이 할만한 장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긴 구경비를 가진 아크로매트 굴절을 만드는 회사는 미국의 "D & G optical"이라는 곳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6" F15 굴절이 약 2000불 정도 하는군요. 고정관측지가 있는 분이라면, 또 고색창연한 느낌을 좋아하신다면 재미있는 장비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