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서 카세그레인 310mm(초점거리 3900mm)의 광축을 맞추고 난 후 아침에 지상 경치를 찍어 보았습니다. 역시 봄날의 아지랑이로 상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초점 부근에서 여러 장을 찍어 좋은 것을 골랐습니다. 윗 사진 이미지 처리는 모두 샤픈 한번입니다. 사진을 보니 이런 생각이 나더군요.
1. 맨 위의 사진
이것은 맑은 가을에 6인치 굴절(초점거리 1200mm) + 25mm LV 아이피스 + 쿨픽스5000 콜리메이트 촬영 결과입니다. 대상은 천문인마을 서쪽 산허리에 있는 폐가(廢家) 뒷담 밤나무입니다. 거리는 짐작을 못하겠군요. 이럴 경우
합성 초점 거리 = 망원경 배율 x 카메라 초점거리 = 1200/25 x 28 = 1300mm
가 됩니다. 쿨픽스5000의 최소 초점거리는 28mm인데 위 사진은 28mm 지점입니다. 그러므로 테두리가 모두 검게 나왔습니다.
2. 중간 사진
이 대상도 위의 밤나무가 있는 폐가입니다. 그러므로 거리는 밤나무와 같습니다. 이것은 직초점 촬영이므로
초점 거리 = 3900mm
가 됩니다.
3. 아래 사진
이것은 카세그레인에 리듀스(초점거리: 330mm)를 끼웠습니다. 리듀스는 켄코 일반 카메라용 클로즈엎 필터를 사용했습니다. 이 때 리듀스 끝단면과 필름면 사이의 거리는 노기스로 측정한 결과 159mm였습니다. 그러므로
축소율 = 리듀스 초점거리/(리듀스 초점거리+리듀스와 필름면 사이의 거리)
= 330/(330+159) = 0.67
합성초점거리 = 카세그레인 초점거리 x 축소율 = 3900 x 0.67 = 2632mm
가 됩니다.
위 사진을 보면 선명하기는 굴절이 콘트라스트가 좋아 훨씬 선명하게 보이고 색상도 이쁘게 보입니다. 반면에 카세그레인은 굴절에 비해 희미하기 그지 없습니다.
1번 사진의 경우, 확대해봐도 나무결 모양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만 2번 사진은 기둥 틈새와 나무결도 대략 보이고 있습니다. 또 옹이 자국도 보입니다. 또 기둥 아래 왼쪽 돌의 지층 무늬도 보입니다. 지층이 있는 것을 보니 퇴적암인 것같습니다. 오른쪽 돌은 사암인 것같습니다. 즉 화성암이 아닌 모두 퇴적암이므로 강원도 월현리는 그 옛날에 화산활동이 없었던 것같습니다. 맞나요? 이건 낙동강의 엉터리 추론이지만, 과학자들은 대형 망원경으로 화성이나 목성을 보면서 이런 정보를 얻겠지요. 그러나 굴절 사진으로는 밤송이가 까진 것은 대략 짐작이 가능하지만, 까진 밤송이에 밤이 몇 개 들어있는지는 확인할 수없습니다. 즉 대구경의 분해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허나 카세그레인은 대구영에다 초점길이가 길어서 기류의 영향이 아주 심합니다. 화질이 굴절보다 선명해질 수가 없습니다.
이 것은 아주 당연한 사항이지만, 제가 오늘 찍은 사진을 실제로 보니 과학적 정보를 취득하고자 할 때의 대구경의 필요성을 실감하겠더군요. 화면이 흐린 것은 봐 줄 수 있지만, 필요한 정보를 입수할 수 없는 소구경은 곤란하겠지요.
사진이 선명하면서 많은 목성의 무늬(또는 은하의 성운기)를 보여주는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이 아마추어의 바람입니다. 그 두 마리 토끼는 잡기가 쉽지 않고, 두 마리를 잡을려면 돈도 많이 들어갑니다. 여러분은 어느 토끼를 잡을려고 하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