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날씨가 참 애매 합니다.
그건 그렇고요...
이번에 제가 새로운 자작 망원경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딥스카이 찍는다고 호들갑 떨다가 얼마전부터 다시 행성 사진을 찍고 있기는 하지만, 제가 워낙 잡식성이라서 딥 시즌에는딥 찍고 행성 시즌에는 행성 찍고 하기는 했었습니다.
원래 딥스카이 사진은 장비 문제로 한참 나중에 시작 해야 했던 관계로 저는 원래 행성지기였다고 봐야겠지요.
그래서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망원경을 하나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이 망원경을 만들게 된 동기는 4층 아저씨 때문이었습니다.
그 분이 저의 마음에 불을 지피셨지요.
이런 저런 망원경으로 시도를 해 보았으나 4층 아저씨의 이미지를 따라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광하계의 문제로 인하여 포기를 하려고 하던 순간 구세주처럼 한승환님이 제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체면 불구 하고 하나 제작 해 주시기를 간청 했지요.
Yes. 라는 대답을 듣는데 거의 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 했습니다.
제작자분도 저라는 인간에게 자작 밀러를 만들어 주시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결정이셨나 봅니다.
(사실 저 그렇게 까탈스러운 사람 아닙니다.^^)
그리고 올 봄부터 정형에 들어 가서 결국 밀러가 완성 되엇다는 소식을 듣고 그 동안 짬짬히 설계를 해 두었던 것을 마무리 하고 드디어 기구부 제작에 들어 갑니다.
저의 오랜 동생이자 별지기 동반자이기도 한 별통의 이강순 사장님의 호의로 선반 작업을 제외한 모든 파트는 CNC 같은 조각기로 제작 되었습니다.
경량화를 목적에 두었기 때문에 모두 허니컴으로 파 내고 감량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은 감량을 했지만 구조적으로 힘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또 무식하게 두껍게 해 버렸습니다.결과적으로 경량화는 경량화지만 그렇게 가벼지만은 않은 경량화가 되었습니다.
하나 하나 파트들을 조각기에서 파내는데만 시간이 어마 어마 하게 걸렸습니다.
예로 주경 뒷셀... 접안부가 붙는 부분의 판은 기계만 만 24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주 죽는 줄 알았습니다.
기계가 돌아간다고 잘 수도 없습니다.
거의 기계와 같이 눈 뜨고 지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유는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응대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지요. 사실 그런 일이 발생 하기도 했구요.
다행이 사람이 옆에 있어서 바로 응대할 수 있었지만....
아무튼 시간과의 전쟁이었습니다.
2박 3일 동안 5시간 밖에 못잔 날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별통에서 가공한 날짜만 따져도 8일 정도 일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자리를 빌어서 별통의 이강순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모든 파트가 다 완성된 후 집에서 식모지를 붙이고 착색되어 온 부품들로 결합을 합니다.
사실 이때가 가장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정렬에 신경을 써야 하니까요.
그러나 CNC 같은 조작기로 제작한 덕분에 거의 오차 없이 잘 맞아 떨어져서 결합도 참 쉬웠습니다.
다만 문제는 광축이었지요.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광축이 엉망이었는데 초점 위치에서 다시 광축을 잡으니 기계적으로 거의 맞아 떨어지더군요.
드디어 지난 금요일 밤 안산일대학에서 밀러 제작자이신 한승환님과 저 그리고 나중에 온 박재기씨 이렇게 3며이서 비공식 퍼스트라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기계적인 광축으로는 맘에 들지 않은 상태의 광축을 별을 보면서 정밀하게 다시 잡아 봅니다.
결과는요.....
“ 아주 아주 대 만족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었던 다른 망원경들 보다 훨씬 잘 보이네요.
물론 아주 작은 차이겠지만 제 눈에는 거의 완벽한 망원경처럼 보입니다.
제작자님이 밀러의 정밀도는 그냥 혼자만 알고 계시겠다고 하시네요.ㅋㅋㅋ
그래서 저는 제 나름대로 1/100 람다 정도 된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안산일대학 교정에서 바라보면 작은 산 위로 올라 오는 달을 테스트 삼아 998배로 보아봤습니다.
잘 보였습니다. 초점이 섰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여기가 초점이야!” 하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베가를 보면 회절링이 잘 보입니다.
더블더블을 보면 거의 교과서적으로 보입니다.
이 망원경은 돌커크햄 형식의 망원경입니다.
쉽게는 다카하시의 뮤론 250과 같은 형식의 망원경이고 크기도 거의 비슷 합니다.
그런데 제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뮤론 250 보다 훨씬 더 잘 보입니다.
자작기를 거창하고 세밀하게 쓰고 싶었지만 말재주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이 흥분이 가실 것 같아 간단한 자작기를 올립니다.
밀러를 제작에 엄청난 고생을 하신 한승환님, 많은 시간 프로그램 하고 가공해 주신 별통의 이강순 사장님, 옆에서 항상 같이 동행 하며 말동무와 힘이 되어 주었던 박재기씨, 카본 경통을 만들어 주신 송준엽씨...
모두모두 정말 감사 합니다.
저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모두 저를 도와 주셔서 감사 합니다.
그럼 이것으로 자작기를 끝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