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여러분~ 달빛이 내리는 밤에 하늘 높이 날아가는 기러기 모습을 보신 적이 있는지요? 실물은 보지는 못했어도, 밤이면 군용담요 펴놓고 동양화 감상하면서 많이 보았을겁니다. 기러기는 가을이면 날아와서 겨울에 우리나라에서 보내다가 날이 풀리면 어디론가로 또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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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는 오리와 같은 종류이므로 야행성 조류입니다. 그러므로 과거에는 공산명월에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기러기는 날 때 반드시 V자 대형으로 줄지어며 날아갑니다. 그 이유는 제일 앞의 기러기의 날개짓의 양력(揚力, 뜨는 힘)을 받아서 뒤에 있는 기러기들이 날기 쉽게하기 위함이랍니다. 북쪽의 툰드라지대에서 수천km를 날아서 오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어떻게 하던 에너지를 아껴야합니다. 그러므로 V자 대형을 그리므로서 뒷 기러기들은 날개짓을 작게해서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날아갈 수 있습니다. 앞 기러기들이 힘이 빠지면 뒷 기러기들과 위치를 바꾸며 비행합니다. 이리하하여 서로서로 에너지를 나누어 소모하면서 머나먼 거리를 날아가는 것입니다. 기러기는 대단히 예민하여 사람이 몇 백미터만 접근해도 몇 마리가 고개를 들고 안테나를 세우더군요. 몇 마리가 땅을 이륙하면 수천마리가 연쇄 작용으로 날아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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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는 대단히 팀워크가 좋아서 마지막 주자가 이륙할 때까지, 선두주자가 기다려서 최종 마릿수를 확인하고 날아갑니다. 즉 인원파악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기러기도 이러한데, 이라크의 우리 국민은 남의 나라 신문사가 실종되었다고 신고를 해줘도 외교부 담당자는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어쩔 수가 없어 겨우 실토를 했다는군요. 그러므로 외교부 사람들은 기러기보다 못한 사람들이지요. 오늘 저녁 테리비에 나오는 외교부 장관을 보니 꼴보기 싫어 죽겠습디다. 외무고시 쳐서 합격하면 뭐합니까. 하는 꼴이 원숭이 꼴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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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겨울 보리밭에 기러기 떼가 날아들면 보리밭을 작살을 내버렸습니다. 뿌리고 잎이고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니까요. 그러나 이제 공산명월에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도 보기 힘들어졌고, 보리밭에 앉아 있는 기러기 모습도 전설이 되었습니다(보리 농사를 안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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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교 5년 시절에 추석전날 어머니와 같이 시내 시장에 가서 새옷을 사서 들판을 걸어올 때, 보름달 아래로 기러기가 흑빛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추석이면 초가을이나 중간 가을인데, 이 때 벌써 기러기가 날아왔다는 이야기이지요. 또 90년대 초반에 미국의 중부 지방에 가서 달빛 하늘아래 기러기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기러기인지 다른 오리류인지는 모르겠으나). 날은 추운데 기러기들이 날아가는 모습은 아주 친숙한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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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노래는 제가 중학교 2학년 시절에 히트를 쳤던 기러기 노래입니다. 맹인가수 이용복이 불렀습니다. 이런 노래가 힛트를 쳤다함은 그 당시만 해도 기러기가 전국에 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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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윗 그림은 작년 겨울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찍은 쇠기러기 모습입니다. 아래 그림은 천문인마을에 가는 삼형제바위 위에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입니다. 동양화 분위기가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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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줄지어 울고 간 하늘에/ 조각구름 어데론가 흘러서 가네/ 손목을 잡고 낙엽 쌓인 벤치에서/ 사랑을 가르쳐주던 우리 님은 구름같이/ 흘러갔나 날러갔나 기러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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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던 것은 망보는 기러기가 있는데 그놈은 먹이를 먹지도 않고 고개를 고추세우고 망을 보다가 제가 다가가려 폼을 잡으면 꽤액 소리쳐 친구들에게 알려주더군요.
그리곤 대장 기러기가 날고 뒤따라 행동을 같이 하는 한 떼의 기러기들이 날개을 쳐서 날아오르고..
보초서면서 라면 끓여먹던 저보다 기러기의 충실 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