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디씨마트에 형광등 사러갔다가 쌍안경이 하나 눈에 띄길래 주인에게 쌍안경도 파냐고 물어보니 지금은 싸구려가 다 팔리고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비싼 게 얼마짜리냐고 물으니 2만원이랍니다. ^^ 박스에 “Camron 12x26”, “lens in Japan", "made in Korea" 등이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간다고, 주인 양해를 얻어서 잠시 박스 개봉하고 눈에 대보았습니다. 대물렌즈가 붉게 코팅되어 있어서 역시 장난감 수준이겠지 생각했는데... 어라? 고가의 쌍안경(?)답게 꽤 선명하군요. 두 말 않고 하나 사왔습니다. 이제부터 간단한 사용기입니다.
1) 몸체 재질은 모두 플라스틱이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네요. 한번 분해해보려고 했는데 외부에 나사가 하나도 없어서 분해를 못했습니다.
2) 포로프리즘 방식이고, 초점조절 방식은 센터포커스 조절이며, 우측접안에 시도조절장치가 있습니다. 초점조절장치가 매우 부드럽게 작동합니다.
3) 광축은 엄청나게 잘 맞아 있습니다. 먼 곳을 보면 원이 완전히 하나로 일치하는군요. 운이 좋아 뽑기가 잘된 것 같습니다..ㅎ
4) 사출광속은 잘리는 곳이 없는 직경 2.5mm의 작은 원형입니다.
5) 대물렌즈는 고가의 쌍안경답지 않게 (^^) 붉은 색으로 코팅되어 있어서 보이는 상이 전반적으로 연한 푸른빛을 띠게 됩니다.
6) 표기는 12x26 으로 되어 있지만 실직경 25mm, 실배율은 10배 정도이고, 삼각함수를 이용해서 겉보기 시야를 측정해보니 52도 정도 됩니다.
7) 중심상은 (고가의) 포로프리즘 쌍안경답게 매우 예리합니다. 중심에서 색수차는 찾아볼 수 없으며, 멀리 떨어진 간판의 글씨가 매우 진하게 떨어집니다. 금성의 위상차도 확인되네요. 중심에서 50% 정도 떨어진 부분까지 예리한 상을 보이다가 흐려지기 시작하는데 주변상도 아주 형편없게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어쩌다 보면 70~80% 근방에서도 상이 딱 떨어지기도 합니다.
8) 시야가 52도로 넓지 않아서인지 주변부 왜곡은 아주 없지는 않지만 다른 쌍안경들보다는 일반적으로 작은 수준으로 보입니다.
9) 난반사는 외부에서는 잘 못느끼는데 실내 형광등 아래 있는 대상을 볼때에 나타나는 수준이네요. 아주 심하지는 않지만...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Camron 12x26 쌍안경, 제가 뽑기를 잘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격대비 매우 훌륭한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야구 대표팀이 오늘 연봉총액이 수십배 높은 베네수엘라를 물리쳤듯이, 국산 싸구려 쌍안경이 의외의 짭짤한 성능을 보여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