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사진 촬영하기 좋은 하늘
저는 한국 보다 미국이 천체 사진이 잘 나오는 이유는 미국의 하늘이 맑아서일거라고 쭉 생각해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뉴욕에 가봐도 뉴자지로 약간 벗어나니 그야말로 달이 밝더군요. 또 로스엔젤레스가 매연이 많다고 신문에 자주 나고 했지만 실제로 가보니 서울보다는 훨씬 맑았습니다.
이 글을 보고 믿지 않으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웃 나라 동경만 하더라도 서울보다는 대기가 맑습니다. 어느 정도 맑으냐하면 제가 창원에 살 때 서울 출장 하루가 동경 출장 3~4일과 맞먹었습니다. 서울 출장 하루만 갔다와도 와이샤스 목 부위가 매연가루에 검게 되어버립니다. 그러나 동경 출장은 3~4일 정도는 와이샤스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견딜 수 있습니다. 아무리 걸어다녀도 목 부위에 떼가 타지 않습니다. 아니 동경에서 일주일 정도를 지나야 서울 하루와 비슷할겁니다. 그것뿐만 아니지요. 동경에서 요코하마로 가는 길에 깨고랑천에도 물이 하도 맑아서, 우리나라 강원도에서 내려오는 산계곡물 같았습니다. 동경 중심부 스이도바시(아마 이 근처에 망원경 가게 세이호샤(성보사) 있는 것같음. 우리로 치면 청계천)에 도랑물에도 길이 1m의 잉어가 잡힌다고 합니다.
‘도데체 우리나라는 세금 걷어서 어디에 쓰는거야?’
이런 불만이 가득했지요. 그래서 무의식 중에 미국 별친구들의 사진 품질은 낼 수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러다가 며칠전에 얘기하다보니 인준씨는 다른 생각이었습니다. 하늘이 맑다고 해서(투명도가 좋다고해서) 반드시 시잉이 좋아서 사진이 잘 찍히는 것은 아니라는겁니다. 그 비율은 얼마 안되고 결국 사진 찍는 테크닉 문제라는겁니다. 그러다가 며칠전 천문인마을에서 만난 이준화교수님 의견도 같은 의견이더군요.
‘로버트 젠들러가 사진 잘 찍는 것은 그 사람의 테그닉 문제이지, 반드시 그 사람이 사진 찍는 하늘이 좋아서가 아니라고 봅니다. 로버트 젠들러는 하룻밤 내내 셔트를 열어놓고 찍어 합성을 합니다. 우리도 장시간 노출로 다량 합성하고 이미지를 처리하는 테크닉만 있으면 그런 고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분의 의견이 일치하고 또 제가 과거에 천문가이드에서 본 내용과 일치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텍사스에 살고 있는 망원경 제작자이자 천체사진가인 짐리플이란 사람의 기사였는데, 이 사람도 여름이 되면 텍사스의 시잉이 별로 좋지 않아서 칠레에 개인천문대를 지을 예정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결국 여러 별친구들의 의견을 종합해보건데 좋은 사진의 주위 여건은 시잉이 제일 중요하고, 본인의 여건으로는 이미지처리 능숙도, 촬영 장비 운용 능숙도가 될 것같습니다. 또 바람의 영향도 크더군요. 저도 이번에 찍은 몇장은 바람 때문에 별이 흔들린 것으로 짐작이 되었습니다. 초점거리가 1200mm인데도 말이지요. 좌우지간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서 이틀밤 철야가 꽝이 되었습니다. 장초점의 경우는 더더욱 바람의 영향이 클 것같습니다.
흔히 별친구들 사이에는 어느 장소는 해발 지대가 높아서 공기가 맑아서 별보기 좋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안시 관망의 경우는 잘 모르겠으나, 사진 찍는 적합한 장소로는 시잉이 좋고 바람이 불지 않는 장소가 제일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천문인마을은 옴폭한 분지라서 바람이 별로 불지 않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저도 고품질의 사진을 찍을려면 좋은 조건은 시잉이 좋은 날을 골라야되고, 사진 품질은 촬영자의 능숙도에 좌우된다라는 의견에 줄을 서기로 하였습니다.
윗 그림은 미국의 어느 중부지역이라고 판단되는데 어딘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계절은 아마 봄이었다 기억이 됩니다. 차를 타고 한없이 달리는데 우찌나 날이 맑던지요. 이 사진은 빛이 바랬지만 정말로 어릴적에 보았던 맑은 하늘에 봄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천체 사진은 전혀 몰랐지만, 아마도 이런 날을 본 경험이 무의식중에 그 동안 제 마음속에 작용한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