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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해도 해도 너무 하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대구지역은 근 2주간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 날씨였습니다.

<드뎌 주말 토요일>
장마철도 아닌데 지긋지긋한 비가 드디어 그친 후 날이 개더니
주말을 맞이하는 어제 토요일에는 하늘에 구름 한점 없는 날씨가 되었습니다.

<밤 9:00>
요즘 심한 N.G.D (=노 가 다) 로 인한 업무 과중으로 감히 나갈 생각을
못하고 밤 9시가 넘도록 한숨만 푹~~ 푹~~ 쉬고 있었습니다.
2주간 그랬던 것처럼 밤이 되면 다시 구름이 끼기를 기대(?)하면서...

컴에는 스태리나잇 켜놓고 오늘은 뭐뭐뭐 가 떠오르는군...
옆에는 '오리온 자리에서 왼쪽으로'를 펴 놓고... 그 중에 요고 요고는
볼 수도 있겠는걸....
다시 배란다에 나가서 하늘 한번 쳐다보고.. "우띠.. 왜 구름이 안 끼는거야.."

<밤 9:30>
어느새 돌덩이 무게의 노트북 하드케이드를 어깨에 걸치고,
책이랑 디카랑 카메라 삼각대 든 종이가방과 겨울잠바를 들고 방안에 서 있는 나 ㅡ.ㅡㅋ
'도착하면 대충 10:30 일테니깐 음....'
이미 몸은 의자에서 떠나 선채로 스태리나잇 보고 있는.... 헐....

<밤 10:00>
몇주전까지만 해도 추워서 겨울같더니만 벌써 훈훈해진 바람과
그 바람 속에 실려 오는 향긋한 풀내음과 아카시아와 라일락의 향기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봅니다.... 부드럽고 향긋한 바람이 험해진 손을
어루만져주며 스쳐 지나갑니다....
그런데... 눈이 가물거리고 시야가 희미해 지는게...
피곤하긴 피곤한 상태인가 봅니다.
이래서야 망원경 안을 들여다 볼 시력도 남아 있질 않을 것 같습니다.

<밤 10:20>
이미 도착했을 시간인데 ㅠ.ㅠ 뜨앙~~~~
북영천 I.C 에서 내려 신나게 국도를 달려 차 몇대를 추월한 후....
파랑과 빨강 경광등을 번쩍이는 경찰차....
아고.... 딱 제한속도로 달리는 경찰차를 도저히 추월할 수는 없고.
계속 뒤따라 가려니.... 암시야 적응은 고사하고 눈에 파랑 돌맹이랑
빨강 돌맹이가 박히는 것 같습니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아주 미치겠는데...
으악~ 이 경찰차가 보현산으로 꺽어들어가는 우회전 길로 정녕 꺽어 들어갑니다.
ㅠ.ㅠ

게다가... 가는 중간에 앞선 경찰차의 급브레이크.. 그리고 서행...
무슨 일인가 보니... 웬!!!! 노루인지 사슴인지 애기가 도로로 뛰어 나와서
도로 따라 뜁니다.. ㅡ.ㅡㅋ 오로지 도로만 따라서 뜁니다.

애기 노루 마라톤 현장 생중계... 가냘픈 다리를 휘청이며 열씨미 뛰고 있는 노루선수~
노루 선수를 에스코트하는 대한민국 경찰차!!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소2!!
네~~~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무려 시속 15km 에 달합니다~~ 대단합니다!!!!


<밤 10:50>
비록 망원경은 없었지만 자리를 깔고 누워 별을 보고 있는 두팀.
한쪽은 아저씨께서 별을 잘 아시는듯 별자리를 하나 하나 설명해 주시고
그 옆의 팀은 별은 덤으로... 바람쐬러... (사실은 잠자러)나오신듯.

나도 자리 하나깔고 셋팅하고.

ETX105EC 로 처음해 보는 적도의식 셋팅 (그동안 별 자체가 안 보인 관계로)
허접한 수평기(수준기)나마 하나 사길 잘했다 싶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그나마
가장 평평해 보이는 곳에 삼각대를 폈는데도 막상 수평기를 올려보니
무려 10cm 정도를 더 올리고 내리고 한 후에야 수평이 맞았습니다.

웨지...는 아니지만 포크암이 고정된 밑판을 37도 가량 들어올려 북극성을
찾았는데.... 경통을 90도로 세운 상태에서 다시 베이스판 고정락을 풀고
북극성을 시야에 넣은 다음 다시 락. 눈금을 보니.. 헐... 거의 40도에 가깝게
고정이 되어 있네요. 수평이 덜 맞은건지 눈금이 대충 대충 만들어진건지 원...

오토스타를 켜고 2스타얼라인... 두개의 별은 베가와 아크투루스를 지시하네요.
ㅍㅎㅎㅎ 아무리 초보지만... 베가와 아크정도야~~

드디어 얼라인을 마치고 첫번째 목표인 목성으로 goto.
놀랍게도(저에게만 해당??)~~ 한방에 시야 한 중간에 딱 들어옵니다. 오예~~

<밤 12:00>
2배 바로우에 미드 LPI 그리고 무늬만 노트북...연결 후 촬영시도

역시나 촛점잡기가 너므 너므 너므 어렵습니다 ㅠ.ㅠ
원래 LPI 의 LIVE 이미지가 그런지 아니면 노트북 USB 가 2.0 이 아니라서 그런건지
도대체가 노트북 화면에 뜨는 영상이 2-3초 늦습니다.
경통을 툭 치면 노트북 화면에는 2-3초 후에 흔들리고 이러니 촛점잡기가 더 더욱 힘듭니다.
그리고.. 분명 촛점이 맞은 상태에서도 저혼자 흐려졌다 또렷해졌다 그럽니다.
이것이 시잉이 안 좋은건지 시상이 안 좋은건지.. 들은 것 같긴 한데....
하여간 촛점이 맞은 상태에서도 왔다갔다 ('' )( '')('' )( '')

여러번 나누어서 계속 찍기를 시도해 보지만 결과는 더 나아지지 않고...
더군다나 바람이 실실 불어오면 목성이 한번 춤을 춥니다.
그리 강한 정도의 바람은 아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ETX 의 경통 고정락 부분을 개조한다는 글은 있던데 아직 개조는 하지 않은 상태구요
그렇다 하더라도 바람 한번 휙~ 분다고 목성이 춤을 추다니....
지금 이 정도면 겨울철 강풍 앞에서는 안시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너다섯번 정도의 촬영 후... 문득 필터를 사용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중고로 살 때 딸려온 필터를 꺼내봤습니다. 모두 8개가 있는데....
짧은 지식에 아무리 필터를 들여다 봐도 행성촬영에 쓸 필터는 없는듯 합니다.
ND 가 붙은게 몇장 되고... 스카이라이트, 그냥 넘버만 새겨진 필터 등등....

그래도 그냥 필터를 꺼낸 김에... 약간 노란빛을 띤 놈이 있길래 그놈을 한번
끼워 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뭐여~~ 목성이 멍이 들었네!!!!! 시퍼런 감이 도는 목성이란... ㅎㅎㅎㅎ
역시나 결과는 별로... 아니 오히려 줄무늬가 더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별로 안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밤 1:00>

행성 촬영을 그만 두고 드디어 마음 먹었던 딥스카이라는 넘들을 보기로 했습니다.
책에서 오늘 찍은 대상이... 먼저 생각난 것이 M13. 이랴~ 이랴~` goto.
??? ㅡ.ㅡㅋ 잉????
아직 망원경으로 단 한번도 딥스카이 대상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지라....
두눈을 부릅뜨고 아이피스를 들여다 보지만??? 대체 뭐가 M13 인것이야!!!
희안하네... 전부 그냥 별인것 같은데...??
그렇다면 90mm 굴절로 처음으로 직접 찾아 보았던 M5 를 확인해 보자.
M5 goto~~ 그런데..... ㅡ.ㅡㅋ 역시나.... 에게... 이건 그냥 별인데???

그렇습니다!!! 목성 촬영 하느라 오토스타의 방향키를 여러번 만진 후라
얼라인이 틀어져 버렸나 봅니다. 원래의 목성으로 goto 를 해 보니 역시나
시야에서 약 4도 가량이 빗나가 있습니다.

모든 전원을 끄고 처음부터 다시 한번 얼라인을 합니다. 그래봤자 5분도 안 걸립니다.
다시 목성으로 goto. 중앙 도입 확인.
M13. 헤라클레스좌의 구상성단. 재도전 합니다.
보입니다 ㅠ.ㅠ 그렇군요. 26mm 아이피스인데도 주먹보다 더 큰.... 희뿌옇고
둥그런 빛덩이가 보입니다. 씨익.. 미소가 지어 집니다.
하지만... M13 이 대성운으로 꽤나 크다는 넘인데 에게게(?) 요정도로 보인다니
앞으로 일이 슬슬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메시에라는 사람은 현대의 망원경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망원경을
사용했다던데 이런 넘들을 어케 찾아낸 것일까요??? 참 희안합니다.
시력이 무지 무지하게 좋았거나 아니면 그 당시 하늘은 온통 칠흑
천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걸까요????

다음 M5. 뱀좌의 구상성단. 90mm 굴절로 직접 찾아서 확인해 봤던 유일한 대상.
맞네요~~ 생긴건 역시 구상성단이라 M13 과 비슷하게 보입니다만... 크기는
조금 작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 모습은 분명 예전에 직접 찾아내었던
그 모습이 맞습니다.

소감은..... 대체 이렇게 생긴 놈들을 도심의 하늘에서 90mm 굴절로 찾겠다던
도전이 무모한 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M8. 일명 석호성운. 궁수좌의 성운이며 이건호님의 석호성운 사진을
잘 기억하고 있던 터라... 도전해 봤습니다.
뭐.. 예상은 했지만...... 참으로 희미하고 미미하게 보입니다.
주변시로도 보고 이리 저리 배율도 바꾸어 보고 별 시도를 다 해 봤지만
사진 속의 붉은색은 도저히 찾을 길 없고 그 모양도.. 성운의 좀 밝은 부분만이
희미하게 그 존재만 알 수 있을 정도로 보입니다.

다음 M27. 아령성운. 여우좌의 행성상 성운 입니다.
행성상 성운은 작고 어둡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위의 M8 보다는 잘 보였습니다.
위의 M8 이 구름같이 지멋대로 퍼진 구름이라면 M27 은 동그랗게 뭉친 것 같은
구름으로 보였습니다. 진짜 아령같이 생긴 것을 봤노라.... 하면 좀 과장이겠지만
그 동그란 모습이 역시나 완전히 동그란 것이 아니라 위 아래의 원은 밝은 편이고
좌우는 좀 더 어두운 편이라 아령같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밤 2:00>

오늘은 주요 목적이 목성 촬영이었고 딥스카이들은 과연 얼라인이
제대로 되었을 때 도입이 되는가?? 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스케치나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살짝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는 상, 촛점이 맞아도 울렁이는 목성, 몇분만 지나면
실실 옆으로 흘러가고 있는 별들, 희미하기 짝이 없는 딥스카이들.

도대체 얼마나 튼튼한 적도의라야.....
얼마나 큰 구경이라야....
얼마나 고감도의 CCD 센서라야....
얼마나 정확히 극축셋팅을 완료해야....

NADA 에서 보는 사진들이 나오는 것인가!!!! 하는 것을 다시금 뼈 저리게 깨달으며
그래도 하나 하나 알아가고 작은 목표를 하나 하나 이루어 가고
무엇보다 말로만 듣던 딥스카이라는 애들을 직접 본 것에 기쁨을 느끼면서
천천히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왔습니다.

P.S> 오늘 낯에 교보문고에서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몇주 전에 주문한 책이 도착하여
1-2일 내로 택배로 배달 된답니다.

Using the Meade Etx (Paperback)-100 Objects You Can Really See With the Mighty Etx,
,Weasner, Mike : Springer Verlag

이 장비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보렵니다. ㅎㅎ
  • 임종필 2006.05.22 08:48 (*.250.46.129)
    오 이제 어느정도 언라인의 정확도를 찾으셨군요 축 하드립니다^^ 날잡아 보아요~ㅋ
  • 이건호 2006.05.22 09:15 (*.101.107.100)
    위성까지 찍혔네요 ^^
    덕초현 가다가 전화할까 하다가... 날이 안 좋다길래 말았습니다. 담주에 한번 기회를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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