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사진을 시작하면서부터 넓은 시야에 여러 대상들이 어우러져 있는 광시야 성야사진을 꼭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장비도 그러하지만 사실, 화려한 딥스카이 사진에 진력하다보니 광시야 사진은 마음뿐이 아니었나 싶어요.
지난 별만세 정기관측회때 방문한 일본 TOAST의 다케모토 사장의 사진을 보곤, 사실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샘도 났고요.
그래서 광시야 시스템을 고민하던 차에 마침 이건호님이 펜탁스SMC렌즈를 11K에 부착할 수 있는 어댑터를 내놓았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틀만에 물건 받아들고 어제 토요일 조금 늦게 관측소엘 올랐습니다.
55mm(F4) 렌즈를 부착해서 겨누었더니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중형판 67카메라에 사용하던 렌즈라 주변부 별상을 잡기 위해 조리개를 많이 조일 필요도 없고, 화각도 이만하면 충분한 듯 합니다.
새벽 두세시쯤에 달이 올라오는 날이기에 서둘러 몇 가지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1. [11k+smc55mm(F4->5.6), Ha:G:B=(20m*4):(10m*3):(10m*3) 1bin, -40]
첫, 사진입니다. ccd 시스템으로는 아직 한번도 버나드루프를 담아보지 못했는데, 소원성취했네요. 지금보니 노출을 좀 더 줄 수 있는 듯도 합니다만, 요즘 오리온 촬영가능 시간이 서너시간을 못 넘기는 것 같아요. 관측소엔 남서쪽 광해도 있고해서....
마지막 B필터 찍을때 남서쪽 광해가 많이 들어갔나 봅니다. 푸르스름한 채로 그대로 두어보았습니다. (20분 Dark가 2008년에 찍은 것 밖에 없네요. 바탕이 그야말로..)
2. [11k+smc55mm(F4->5.6), Ha=(20m*2), 1bin, -40]
이 사진 촬영을 마치자 마음이 다급해 집니다. 금방이라도 달이 올라올 것 같이 동쪽하늘이 밝아옵니다. 서쪽 산능선 위로 아직 채 지지 않은 마차부 주변을 향했습니다. 달도 달이지만 고도가 너무 낮아 Ha 달랑 두장만 얻었습니다. 그것도 두번째장은 능선에 조금 걸렸네요.
한 화각 안에 여러 대상들을 담아보니 대상간 밝기 차이가 확연합니다. 정~~~말로 어두운 Sh2-240 초신성잔해도 잡혔네요. 신기합니다.
낮은 고도인데다 남서쪽(좌하변) 광해 영향을 받았는지 바탕이 불균일한데, 다음번을 기대해야겠습니다. 색갈옷도 입혀줘야겠습니다.
3. [11k+smc55mm(F4->5.6), L=(20sec*1), 3*3bin, -40]
새벽 세 시가 넘어갑니다. 달이 올라와 밤하늘을 밝힙니다. 서울서 원격으로 촬영하는 신범영샘의 망원경은 달빛 아래서도 어딘가를 계속 향합니다. 망원경 너머엔 벌써 여름철 별자리들이 올라오네요.
4. [11k+smc55mm(F4->5.6), Ha=(60sec*1), 3*3bin, -40]
5시를 넘어가자 베가는 이미 동녁하늘 중천에 떴고 데네브도 서서히 모습을 보이네요. 데네브라면? 북아메리카 성운도 보일 테이지요. 숲위로 올라오는 북아메리카 성운을 스냅사진 찍듯 60초, Ha로 담았습니다. 지상풍경을 좀 살려 보고자 낱장으로 처리해 봅니다. 지상 풍경까지 담고도, 여러 천체를 넉넉하게 담을 수 있는 이 렌즈, 이 화각이 참 마음에 듭니다.
관측소에 오를 때 계획했던 여러 가지 테스트가 다 성공적인 듯 합니다. 모처럼 기분좋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55mm를 이용한 광시야 사진도 오랫 동안 찍을 것 같습니다.
딱.. 정말 제가 원하던 바로 그 광시야 사진입니다...
펜탁스렌즈 55mm로 보니 정말 광활하군요..